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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부릅 뜨고

 ‘광학 기술의 발전은 과연 인간의 시각 영역을 확장해 온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작업은 시작되었다. ‘드론’이라는 기구를 통해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횡단선에 도달하려 한다.

인간 시각의 역사는 무구하며 시각 확장은 광학기구의 발달과 궤(軌)를 같이 한다. 인터넷, 카메라, 인공위성, 망원경, 현미경 등 인간의 눈을 대신한 기구의 발달로 인간의 시각은 물리적 시간적으로 광범위해졌다. 핸드폰 사진첩에서 우리는 과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구글어스(google earth) 서비스를 통해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는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결정하는 것은 물리적 시간적 요인이 아닌 정치 역사적 요인일 수 있다.

 

 black out - 항공사진의 역사와 서울시내에서 드론을 날리다 경찰에 규제를 받은 경험을 서사의 큰 축으로 두고 제작된 영상이다. 본다는 것은 막강한 권력으로 광학기술의 발달이 넘어설 수 없는 정치 사회적 요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white out - 비가시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일상생활의 반경 안에서 촬영된 슬라이드 필름의 부분들을 잘라내어 투사한 이미지이다. 필름에서 잘린 부분은 상(像)이 맺히지 않은 채 하얗게 텅 빈 빛이 공백을 채운다. 어느 한 부분이 누락된 이미지에서 우리의 눈은 갈 곳을 잃게 된다.

 

 내가 쏜 인공위성 - 드론을 날리는 사람의 얼굴과 손을 클로즈업한 영상과 신중현의 ‘내가 쏜 위성’이라는 록 음악이 결합된 영상물이다. 지면에서 상공을 향해 쏘아올린 드론을 쫓는 눈의 욕망과 그 욕망을 쫓는 손에 주목했다. 예전에 염원을 담아 연을 날리는 것과 달리 드론은 실이 끊어진 연과 같이 하늘을 배회한다. 님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마음을 노래하는 음악과 드론을 날리는 이의 마음은 이어진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새 -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건 새처럼 보이는 드론이다. 서울시에서 제한적으로 드론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 한강 드론 공원에서 망원렌즈로 드론을 촬영한 몽타주 사진 작업이다. 처음에는 새로 착각하고 촬영했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드론이었다. 새와 드론의 차이는 자유와 규제의 차이일 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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